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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발달 자극 (놀이 루틴, 모방 소통, 페어런티즈)

by 하다마미 2026. 10. 15.

아이가 또래보다 말이 늦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 저도 처음엔 '더 많이 말을 걸면 되겠지'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언어치료를 시작한 지 꽤 됐지만, 지금도 아이는 두세 살 수준의 언어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어떻게 자극을 줘야 할지 고민하다 찾아본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놀이 루틴, 만들기 전과 후가 달랐습니다

일반적으로 언어 발달이 느린 아이에게는 최대한 많은 언어 입력을 줘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해봤더니, 무작정 말을 많이 거는 것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 안에 자연스럽게 끼어드는 쪽이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핵심은 '놀이 루틴(play routine)'을 먼저 형성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놀이 루틴이란 까꿍 놀이, 물건 넣고 빼기, 신체 접촉 놀이처럼 아이가 예측 가능하고 반복을 즐기는 놀이를 정해 매일 같은 흐름으로 진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루틴이 쌓이면 아이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하기 시작하는데, 바로 그 기대의 순간이 표현을 이끌어낼 수 있는 틈이 됩니다.

저도 처음엔 까꿍 놀이를 하면서 바로 "까꿍!" 하고 나타났는데, 어느 순간부터 숨는 시간을 일부러 조금 늘려봤습니다. 그랬더니 아이가 기다리다 먼저 소리를 내거나 손을 뻗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아이가 먼저 뭔가를 표현했을 때 즉각 반응해 주는 것, 그게 소통의 시작이라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루틴이 익숙해진 후에는 같은 놀이 안에서 방법을 조금씩 확장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같은 까꿍이라도 손으로 가리는 방식, 수건을 쓰는 방식, 문 뒤로 숨는 방식으로 변형하면 아이는 새로운 상황에서도 기존 반응을 응용해 보려 합니다.

  • 아이가 예측하고 기대할 수 있는 놀이를 먼저 고른다
  • 루틴이 쌓이면 '잠깐 멈추기'로 표현 기회를 만든다
  • 익숙해진 뒤에는 같은 틀 안에서 방법을 조금씩 바꿔본다

 

모방 소통, 거울 앞에서 시작합니다

말보다 먼저 발달하는 것이 몸짓과 표정입니다. 언어치료사 선생님도 "제스처 모방이 먼저 자리잡아야 구어(spoken language) 발달로 연결된다"고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구어란 음성을 사용한 말하기를 의미하는데, 제스처 모방 없이 구어만 끌어올리려 하면 연결이 약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거울 앞에서 메롱, 뽀뽀, 찡그리기, 크게 웃기 같은 표정을 과장되게 해줬을 때 아이가 생각보다 금방 눈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얼굴 움직임을 '보는 것'부터 시작해 서서히 따라 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포인팅(pointing), 즉 가리키기 제스처도 마찬가지입니다. 포인팅이란 원하는 사물이나 방향을 손가락으로 짚어 상대에게 의도를 전달하는 행동으로, 언어 이전 단계의 핵심 소통 수단입니다. 아이가 냉장고 쪽을 바라볼 때 제가 먼저 같은 방향을 함께 가리키며 "저기 있네" 하고 말을 얹어주는 방식을 반복했더니, 아이도 조금씩 손을 뻗는 빈도가 늘었습니다.

제스처 모방이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면, 지적하거나 연습을 강요하기보다 제스처를 자주 볼 수 있도록 노출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출처: 국립특수교육원에 따르면 비언어적 의사소통 능력은 언어 발달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전조 기술로 분류되며, 포인팅과 눈 맞춤은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형성되어야 할 요소로 언급됩니다.

 

페어런티즈 화법, 처음엔 낯설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페어런티즈(parentese)'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그냥 아기한테 말 거는 방식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페어런티즈 화법이란 단순히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밝고 느린 속도로, 짧고 핵심만 담아, 과장된 억양으로 말하는 구체적인 언어 입력 방식을 뜻합니다.

출처: 미국언어청각학회(ASHA) 관련 연구들에서도 페어런티즈 화법이 영·유아의 언어 처리 능력과 어휘 습득 속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반복해서 보고됩니다. 특히 언어 발달이 지연된 아이일수록 긴 문장보다 짧은 핵심 어휘의 반복 노출이 더 효과적이라는 점이 강조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저는 처음에 "물 마시고 싶어? 물 따라줄게, 물이 차갑지? 물 마셔"처럼 한 상황에서 다양한 문장을 쏟아내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물", "물 줘", "물 마셔" 이 세 가지를 천천히, 여러 번, 상황마다 반복하는 쪽이 아이 반응에 더 변화가 생겼습니다.

일상생활 활동, 예를 들면 밥 먹을 때, 양치질, 기저귀 갈 때처럼 매일 반복되는 순간을 언어 자극의 타이밍으로 쓰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별히 시간을 내지 않아도 짧은 루틴 안에서 꾸준히 노출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습니다.

 

틀린 소리도 단어로 바꿔줄 수 있습니다

언어 발달 지연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가 내는 소리를 고쳐주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저도 처음엔 "그건 아니고, 이렇게 말해봐"라고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소통에 대한 부정적 경험을 쌓게 만든다는 걸, 치료 선생님께 듣고서야 바꾸게 됐습니다.

중요한 개념이 옹알이 확장(babbling extension)입니다. 여기서 옹알이 확장이란 아이가 현재 낼 수 있는 자음과 모음 조합을 출발점으로 삼아, 그 소리와 가까운 실제 단어를 만들어 들려주는 방식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바바"를 반복한다면, 아빠·빵·빠·붕·삐뽀처럼 비슷한 소리의 단어를 자연스럽게 붙여주는 식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아이가 "엄마" 소리에 가까운 발성을 할 때 "맞아, 엄마"라고 바로 반응해 주는 것과 무시하는 것 사이에서 아이의 표현 빈도가 달라졌습니다. 정확한 발음이 아니어도 의미 있는 단어로 연결해 주고, 그 시도에 크게 반응해 주는 것이 자신감과 표현 확장으로 이어진다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아이가 성공했을 때의 반응은 클수록 좋습니다. 과장되게 기뻐하고, 바로 요구를 들어주고, 그 소리가 효과가 있었다는 걸 아이가 경험하게 하는 것. 그 경험이 쌓여야 구어 소통의 즐거움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언어 발달이 느린 아이한테 말을 많이 걸어주면 도움이 되나요?

A. 일반적으로 많이 들려줄수록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양보다 질이 더 중요했습니다. 긴 문장을 쏟아내기보다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짧은 핵심 어휘를 같은 상황에서 반복해서 들려주는 쪽이 반응에 더 변화가 생겼습니다. 페어런티즈 화법처럼 느리고 과장되게, 짧게 말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입니다.

 

Q. 아이가 말을 안 하고 손짓만 할 때 그냥 들어줘도 되나요?

A. 손짓을 무시하거나 말로만 표현하도록 강요하는 것보다, 손짓에 먼저 반응하면서 말을 얹어주는 방법이 낫습니다. 아이가 냉장고를 가리키면 "냉장고 열어줄까? 뭐 먹고 싶어?" 하고 짧게 연결해 주는 식입니다. 제스처는 구어 발달 이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소통 수단이기 때문에 억누르기보다 활용하는 게 맞습니다.

 

Q. 가정에서의 언어 자극만으로 언어치료를 대신할 수 있나요?

A. 가정 자극이 중요하긴 하지만, 전문적인 언어치료를 대신하기는 어렵습니다. 제 경우에도 언어치료와 병행하면서 치료사 선생님께 아이의 현재 수준과 어떤 방식이 맞는지 주기적으로 확인받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가정 자극은 치료의 연장선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아이 소리가 틀렸을 때 고쳐줘야 하나요?

A. 직접적으로 "그건 틀렸어"라고 지적하면 소통 자체에 대한 부정적 경험이 쌓일 수 있습니다. 대신 아이가 낸 소리와 가까운 올바른 단어를 자연스럽게 들려주는 방식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빠"라고 했을 때 "맞아, 아빠!"처럼 모델링해 주는 것이 교정보다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결론

아이의 언어 발달 지연 앞에서 부모가 가장 먼저 빠지는 함정은 '더 많이, 더 빨리'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결국 제가 경험으로 배운 건, 중요한 건 양이 아니라 아이의 수준에 맞는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놀이 루틴을 만들고, 제스처 모방을 노출하고, 페어런티즈 화법으로 핵심 어휘를 반복하고, 아이의 소리를 단어로 연결해 주는 것. 이 네 가지는 특별한 도구 없이 일상 안에서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입니다. 변화가 눈에 띄지 않는 날도 있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날도 있지만, 아이가 눈빛이나 몸짓으로 보내는 작은 신호에 반응해 주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 보려 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4f15TtnI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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