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현장체험학습 (교육과정, 교사면책, 학교안전)

by 하다마미 2026. 10. 8.

아이가 체험학습을 다녀온 날이면 신이 나서 이야기를 쏟아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그냥 좋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즐거운 하루의 이면에 선생님이 홀로 짊어지는 무게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현장체험학습을 둘러싼 논의가 지금 왜 이렇게 뜨거운지, 학부모로서 솔직하게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체험학습은 소풍이 아니라 교육과정입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첫 현장체험학습을 갔을 때, 저는 솔직히 '봄 소풍 가는 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방에 간식을 챙겨 넣으면서 아이가 좋은 추억을 만들어 오길 바랐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많은 학부모가 저와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현장체험학습은 법적으로 의무화된 행사가 아닙니다. 정규 교과 시간을 활용하는 수업의 연장선이자 교육과정(Curriculum)의 일부입니다. 여기서 교육과정이란 학교가 학생에게 제공하는 전체 학습 경험의 계획과 내용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체험학습도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28년 경력의 현직 교사이자 한국교총 교사권익위원회 소속인 조재범 교사도 이 점을 명확히 짚었습니다. 체험학습의 시행 여부와 운영 방식은 학교의 고유한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에 속하며, 외부의 어떤 압력도 이 권한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이란 학교가 교육부의 기준 안에서 자체적으로 수업 내용과 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면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결정들이 얼마나 복잡한 고려 속에 만들어지는지를 조금씩 알게 됐습니다. '왜 올해는 체험학습을 안 가냐'는 말이 학교 입장에서는 교육과정 전반에 대한 외압으로 들릴 수 있다는 것도요.

  • 현장체험학습은 법적 의무 행사가 아닌 교육과정의 일부입니다
  • 소풍과 달리 체험학습은 학습 목표와 수업 계획을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 시행 여부와 방식은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에 따라 결정됩니다
  • 외부 민원이나 압력은 이 자율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93%의 교사가 고소를 걱정한다면, 무언가 잘못된 겁니다

아이들은 예고 없이 움직입니다. 제가 직접 아이를 데리고 공원이나 체험관을 가봤는데, 딱 한 명만 데리고 가도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한 분이 20명 넘는 아이들을 학교 밖에서 인솔한다면 어떨까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안일하게 생각했는지를 깨닫게 된 계기였습니다.

한국교총의 설문 조사 결과(출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교사의 93.4%가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할 수 있는 민원과 고소를 걱정하고 있으며, 52%는 체험학습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꽤 오래 멈칫했습니다. 절반이 넘는 교사가 아예 없애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 만큼 현장의 불안이 깊다는 뜻이니까요.

문제의 핵심은 현행 학교안전법(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의 구조에 있습니다. 학교안전법이란 학교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한 예방·보상·처리 절차를 규정한 법률입니다. 그런데 이 법은 사고가 발생한 뒤의 사후 조치에 집중되어 있어, 사고 이전에 교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면책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면책 장치란 교사가 안전수칙을 성실히 이행했음에도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개인적인 법적 책임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을 말합니다. 지금은 이 장치가 사실상 빠져 있다 보니,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사고가 나면 교사 개인이 민사·형사 소송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사고는 막을 수 없을 때가 있다는 걸 압니다. 그 책임을 고스란히 한 사람에게 떠넘기는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교권 국가 소송제 도입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교권 국가 소송제란 교사가 교육활동 중 소송에 휘말렸을 때 국가가 법적 대응을 지원하는 제도로, 교사가 개인 비용과 시간으로 소송을 감당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입니다(출처: 교육부). 이런 제도적 보완 없이는 아무리 행정 지원을 늘려도 교사들이 현장에 나서기 어려울 것입니다.

 

아이들의 안전과 교사의 보호, 정말 반대 방향일까요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의 안전이 첫 번째입니다. 그건 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가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이 불안해하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는 것과, 선생님이 안심하고 아이들을 인솔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안전할까요.

저는 후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직접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면서 느꼈던 건, 인솔자의 심리 상태가 아이들의 안전에 직결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초조하거나 불안하면 판단이 흐려지고, 주변 상황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교사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물론 교사에게 무조건적인 면책을 부여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경우나 명백한 고의·중과실에는 책임이 따라야 합니다. 중과실이란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현저하게 게을리한 경우를 말합니다. 다만 교육활동을 성실하게 수행했음에도 예측 불가능한 사고까지 교사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구조, 그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 문제입니다. 아이들이 체험학습을 많이 가는 것 자체보다, 함께하는 선생님이 불안 없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라고 생각했습니다. 선생님이 사고 걱정보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에 집중할 수 있을 때, 그 체험학습이 비로소 진짜 교육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Q. 현장체험학습은 학교에서 꼭 가야 하는 건가요?

A. 법적으로 의무화된 행사가 아닙니다. 현장체험학습은 교육과정의 일부로 편성할 수 있는 활동이며, 시행 여부는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에 따라 결정됩니다. 외부의 요청이나 압력으로 강제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Q. 선생님이 체험학습을 꺼리는 이유가 뭔가요?

A. 한국교총 설문에서 93.4%의 교사가 민원과 고소를 걱정한다고 응답했습니다. 현행 학교안전법이 사후 조치 중심이어서 사고 발생 시 교사 개인이 소송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문제입니다. 실질적인 면책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체험학습 인솔은 교사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입니다.

 

Q. 교권 국가 소송제가 도입되면 어떻게 달라지나요?

A. 교권 국가 소송제는 교사가 교육활동 중 소송에 휘말렸을 때 국가가 법적 대응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교사가 개인 비용과 시간으로 소송을 감당하는 부담을 국가가 함께 지는 구조로, 이 제도가 마련되면 교사들이 위축되지 않고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Q. 교사 면책이 강화되면 아이들 안전이 오히려 위험해지는 거 아닌가요?

A. 면책 논의는 고의·중과실까지 보호하자는 게 아닙니다. 안전수칙을 성실히 이행한 교사가 예측 불가능한 사고에 개인적으로 책임지는 구조를 바꾸자는 것입니다. 불안 없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교사가 오히려 아이들을 더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가지는 반대 방향이 아닙니다.

 

결론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로서 체험학습 논의를 접하며 제가 얼마나 한쪽 면만 보고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아이의 즐거운 하루 뒤에 선생님이 감당해야 했던 긴장감을 생각하면, 지금까지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것 같습니다.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 보장과 실질적인 면책 장치 마련, 이 두 가지가 충족되지 않으면 어떤 행정 지원도 현장을 바꾸기 어렵다는 말이 계속 마음에 남습니다. 체험학습을 더 많이 가는 것보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안전하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논의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xhQWSt3I774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